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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본의 잃어버린 30년 - 버블 붕괴와 장기 침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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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ilkroad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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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89년 12월 29일, 닛케이 지수가 38,915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. 일본은 세계 경제의 중심이었고, "일본이 세계를 지배한다"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.

그로부터 35년이 지난 지금, 닛케이는 여전히 그 기록을 넘지 못했고, 일본은 "잃어버린 30년"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.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몰락,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.

1. 버블의 시작: 플라자 합의 (1985)

미국의 압박

1985년 9월 22일, 뉴욕 플라자 호텔

참가국: G5 (미국, 일본, 독일, 영국, 프랑스)

합의 내용:
"달러 가치를 낮추고
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높인다"

이유:
- 미국 무역적자 심각
- 일본 무역흑자 폭증
- "일본이 미국을 먹어치운다"

환율의 급변

엔/달러 환율:

1985년 2월: 260엔
1985년 9월: 240엔 (플라자 합의)
1986년 12월: 160엔 (-33%)
1987년 12월: 120엔 (-25%)

2년간 엔화 가치 2배 상승!

일본의 대응: 저금리 정책

수출 경쟁력 방어

일본은행의 선택:

기준금리 인하:
1985년: 5.0%
1986년: 3.0%
1987년: 2.5% (사상 최저)

목적: 엔고 충격 완화
→ 예상치 못한 부작용

2. 광기의 버블 (1986-1989)

부동산 신화의 탄생

도쿄 부동산 가격 폭등

| 연도 | 도쿄 지가지수 | 상승률 |
|------|--------------|--------|
| 1985년 | 100 | - |
| 1986년 | 125 | +25% |
| 1987년 | 162 | +30% |
| 1988년 | 205 | +27% |
| 1989년 | 248 | +21% |

5년간 +148% 폭등

미친 부동산 가격들

1989년 도쿄 부동산:

황궁 부지 가격:
→ 캘리포니아 전체 부동산 가격과 동일

긴자 1평(3.3㎡):
→ 1억 엔 (당시 10억 원)
→ 서울 강남 아파트 1채 가격

도쿄 23구 땅값:
→ 미국 전체 부동산 가격의 4배

"일본 땅 팔면 미국 4번 살 수 있다"

주식시장의 광란

닛케이 지수의 폭등

닛케이 225 지수:

1985년 초: 11,542
1986년 말: 18,701 (+62%)
1987년 말: 21,564 (+15%)
1988년 말: 30,159 (+40%)
1989년 12월 29일: 38,915 (+29%)

5년간 +237% 상승

PER 80배의 광기

1989년 일본 주식 PER:

도쿄증시 평균 PER: 60배
NTT: 200배
Sony: 80배
Toyota: 50배

비교:
미국 S&P 500 평균: 15배

"이익의 60년치를 미리 사는 시장"

돈이 넘쳐흐르다

은행의 무분별한 대출

부동산 담보대출 급증:

1985년: 150조 엔
1986년: 185조 엔 (+23%)
1987년: 230조 엔 (+24%)
1988년: 290조 엔 (+26%)
1989년: 360조 엔 (+24%)

"집 사려면 돈 빌려드립니다"

기업들의 재테크

제조업체가 부동산 투기:

Sony: 도쿄 빌딩 매입
Mitsubishi: 뉴욕 록펠러센터 매입
→ 8억 4천만 달러 (1조 원)

"본업보다 부동산이 돈 된다"

3. 붕괴의 시작 (1990)

일본은행의 급브레이크

1989년 5월, 미에노 총재 취임

"버블을 터트리겠다"

기준금리 인상:
1989년 5월: 2.5%
1989년 10월: 3.75%
1989년 12월: 4.25%
1990년 3월: 5.25%
1990년 8월: 6.0%

1년간 2.4배 인상!

부동산 대출 규제

1990년 3월 "총량규제" 도입:

"부동산 대출을 늘리지 마라"
→ 은행들 대출 중단
→ 부동산 매수세 급감

주가 대폭락

1990년, 검은 해

닛케이 225:

1990년 1월 4일: 38,915 (사상 최고)
1990년 10월 1일: 20,221 (-48%)

9개월간 절반 폭락!

시가총액 증발: 300조 엔
→ 일본 GDP의 60%

부동산 시장 붕괴

1991년부터 폭락 시작

도쿄 주거용 부동산 가격:

1991년: -10%
1992년: -18%
1993년: -22%
1994년: -15%

→ 계속 떨어짐

4. 잃어버린 10년 (1991-2000)

은행 위기

부실채권의 폭탄

일본 은행권 부실채권:

1992년: 12조 엔
1995년: 40조 엔
1998년: 87조 엔
2001년: 150조 엔 (GDP의 30%)

문제:
- 부동산 담보 가치 폭락
- 기업 파산 속출
- 은행들도 도산 위기

좀비 기업의 양산

좀비 기업이란?
- 이자도 못 갚는 기업
- 하지만 은행이 계속 대출
- 이유: 부실 인정하기 싫어서

결과:
- 구조조정 지연
- 경쟁력 없는 기업 온존
- 경제 활력 저하

대형 파산 사태

1997-1998년 금융위기

파산한 대형 금융사들:

1997년 11월:
- 산요증권 파산
- 홋카이도 탁쇼쿠은행 파산

1998년 10월:
- 일본 장기신용은행 파산
- 일본 채권신용은행 파산

"은행도 망한다"
→ 전 국민 패닉

디플레이션의 시작

물가가 계속 떨어진다

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:

1992년: +1.7%
1995년: -0.1% (디플레이션 시작)
1998년: +0.7%
1999년: -0.3%
2000년: -0.7%

→ 10년간 0% 성장

디플레이션 악순환

물가 하락 → 기업 수익 감소
→ 임금 동결/삭감
→ 소비 위축
→ 물가 추가 하락
→ 반복...

"내일 더 싸질 텐데 왜 오늘 사?"

5. 잃어버린 20년 (2001-2010)

제로 금리 시대

2001년 양적완화 시작

일본은행의 극약 처방:

기준금리: 0%
양적완화: 돈 무제한 풀기

결과: 효과 없음
→ "유동성 함정"

초저금리의 역설

예금 금리: 0.001%
→ 100만 엔 예금 → 연 10엔 이자 (100원)

주택담보대출: 1%대
→ "공짜로 빌려주는데 안 빌려"

문제: 아무도 돈 안 씀

고용 붕괴

정규직의 종말

고용 형태 변화:

1990년:
- 정규직: 82%
- 비정규직: 18%

2010년:
- 정규직: 65%
- 비정규직: 35%

20년간 정규직 -17%p

잃어버린 세대

취업빙하기 세대:
- 1993-2005년 졸업자
- 평생 비정규직
- 결혼률 급락
- 출산율 급락

"인생이 망했다"

6. 잃어버린 30년 (2011-2024)

아베노믹스의 도전 (2013-2020)

3개의 화살

1. 대담한 금융정책
- 무제한 양적완화
- 연 80조 엔 국채 매입

2. 기동적 재정정책
- 대규모 재정 지출
- 공공사업 확대

3. 성장전략
- 구조개혁
- 규제완화

결과: 제한적 성공

긍정적 효과:
- 닛케이: 16,000 → 24,000
- 엔화 약세: 수출 증가
- 기업 실적 개선

하지만:
- 임금 상승 미미
- 소비 회복 실패
- 디플레이션 지속

인구 절벽

고령화의 충격

일본 인구 구조:

2000년:
- 총인구: 1억 2,700만
- 65세 이상: 17%

2024년:
- 총인구: 1억 2,400만 (-300만)
- 65세 이상: 29%

→ 3명 중 1명이 노인

소멸하는 지방

지방 인구 감소:

시마네현: -20%
아키타현: -23%
고치현: -18%

결과:
- 학교 폐교
- 상점가 사라짐
- 마을 소멸

7. 현재의 일본 (2024)

경제 지표

30년 전과 비교

| 지표 | 1990년 | 2024년 | 변화 |
|------|--------|--------|------|
| 닛케이 | 38,915 | 33,000 | -15% |
| GDP | 543조엔 | 591조엔 | +9% |
| 1인당 GDP | $25,361 | $33,815 | +33% |
| 평균임금 | 455만엔 | 443만엔 | -3% |
| 부동산(도쿄) | 100 | 50 | -50% |

34년간 성장 정체

잃은 것들

1. 경제적 지위

1990년 일본:
- 세계 GDP 점유율: 17.9%
- 세계 2위 경제대국
- "Japan as No.1"

2024년 일본:
- 세계 GDP 점유율: 4.1%
- 세계 4위 (미국, 중국, 독일 다음)
- 인도에도 추월당함

2. 기업 경쟁력

세계 시가총액 TOP 50:

1990년:
- 일본 기업: 32개
- NTT (1위), 일본은행 (2위)

2024년:
- 일본 기업: 1개 (Toyota)
- 대부분 미국 빅테크가 장악

3. 국민의 삶

평균 연봉:
1997년: 467만 엔 (역대 최고)
2024년: 443만 엔 (-5%)

실질임금:
30년간 -10%

→ 일하는데 가난해진다

8. 왜 30년이나?

실패의 원인들

1. 늦은 대응

버블 붕괴 후:

1990-1995년:
- "일시적 조정"이라고 생각
- 부실채권 은폐
- 구조조정 미루기

결과: 문제 악화

2. 좀비 기업 방치

문제:
- 망해야 할 기업을 살림
- 경쟁력 있는 기업 발목 잡음
- 자원 배분 왜곡

한국 vs 일본:
- 한국 1997 IMF: 강력한 구조조정
→ 3년 만에 회복
- 일본 1990 버블: 온건한 대응
→ 30년째 침체

3. 디플레이션 방치

물가 하락을 막지 못함:

→ 소비 위축
→ 투자 감소
→ 임금 하락
→ 악순환 지속

4. 인구 감소

출산율:

1990년: 1.54명
2000년: 1.36명
2010년: 1.39명
2024년: 1.26명

→ 내수 시장 축소
→ 성장 동력 상실

9. 한국에게 주는 교훈

유사점과 차이점

유사점 (위험)

한국 2024 vs 일본 1990:

✅ 부동산 버블
✅ 가계부채 급증
✅ 저출산 심각
✅ 고령화 진행
✅ 수출 의존 경제

"한국도 일본처럼?"

차이점 (희망)

한국이 다른 점:

1. 구조조정 경험
- 1997 IMF 강도 높은 개혁
- 빠른 회복 경험

2. 기업 역동성
- 삼성, 현대 등 글로벌 경쟁력
- IT 강국

3. 젊은 인구 (상대적)
- 고령화율: 일본 29% vs 한국 19%

4. 개방성
- 이민 정책 여지
- 글로벌 시장 지향

피해야 할 것들

1. 버블 방치

교훈:
"버블은 터뜨리기보다 안 만드는 게 낫다"

현재 한국:
- 서울 아파트 가격
- 가계부채 1,800조
- 전세 대란

→ 선제 대응 필요

2. 구조조정 미루기

일본의 실수:
- 부실 은행 방치
- 좀비 기업 지원
- 결과: 30년 침체

한국의 선택:
- 부실 빨리 정리
- 경쟁력 있는 기업 지원
- 창조적 파괴

3. 디플레이션 허용

디플레이션의 위험:
- 일단 시작되면 탈출 어려움
- 일본 30년 실패 사례

한국:
- 2% 물가상승률 유지
- 과도한 긴축 경계

10. 데이터로 보는 잃어버린 30년

경제성장률 비교

| 기간 | 일본 | 한국 | 미국 | 중국 |
|------|------|------|------|------|
| 1990-2000 | +1.5% | +6.7% | +3.2% | +10.5% |
| 2000-2010 | +0.8% | +4.5% | +1.7% | +10.4% |
| 2010-2020 | +1.0% | +3.1% | +2.3% | +7.7% |

일본만 0%대 성장

부동산 가격 변화

도쿄 상업용 부동산 (1990년=100):

1990년: 100
1995년: 68 (-32%)
2000년: 45 (-34%)
2005년: 38 (-16%)
2010년: 42 (+11%)
2015년: 68 (+62%)
2024년: 85 (+25%)

→ 35년간 -15%

주식시장 회복 기간

닛케이 225:

1989년 12월: 38,915 (고점)
→ 35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 못 함

비교:
- 1929년 미국: 25년 만에 회복
- 2008년 미국: 5년 만에 회복
- 일본: 35년째 회복 중

마치며: 교훈

버블의 법칙

1. 버블은 항상 터진다
- "이번엔 다르다" → 항상 같다

2. 터트리기보다 예방이 낫다
- 일본: 급브레이크 → 대참사
- 교훈: 서서히 식혀야

3. 터진 후가 더 중요하다
- 빠른 구조조정 vs 미루기
- 한국 3년 vs 일본 30년

일본이 가르쳐 준 것

DO:
✅ 버블 조기 경보
✅ 신속한 구조조정
✅ 디플레이션 방지
✅ 인구 정책

DON'T:
❌ 부실 은폐
❌ 좀비 기업 지원
❌ 저금리 의존
❌ 구조개혁 미루기

2024년 한국에게

질문:
"우리는 일본이 될 것인가?"

답:
선택의 문제다

지금 결정하면:
- 버블 연착륙 가능
- 구조조정 지속
- 혁신 지원

미루면:
- 일본의 30년
- 다음 세대에 전가

마지막 경고

1990년 일본인들도 생각했다:
"우리는 다를 거야"
"일시적 조정일 뿐"

35년이 지났다.

다음 글 예고: "닷컴 버블 2000 - 인터넷 광풍과 붕괴"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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